지구를 위한 친환경 생활, 많은 분들이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시는 경우가 많으실 거예요. 저도 똑같았어요. 이 글에서는 제가 환경을 위해 일상에서 바꿔본 작은 물건들과 그로 인한 변화를 솔직하게 나눠보려고 해요. 처음부터 완벽하게 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어제 아침, 칫솔을 들었을 때였어요. 욕실 선반에 놓인 대나무 칫솔을 보며 문득 생각했어요. 그냥 칫솔 하나 바꿨을 뿐인데, 제 일상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요즘 SNS를 보면 제로웨이스트, 플라스틱 프리라는 단어가 정말 많이 보여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지속가능한 생활양식이 트렌드가 된 건 좋지만 솔직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완벽하게 플라스틱 없는 생활요?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어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그냥... 하나만 바꿔볼까?
1. 어떤 걸 바꿨나
1️⃣ 칫솔: 플라스틱에서 대나무로
제가 처음 바꾼 건 칫솔이었어요. 매일 아침저녁으로 쓰고, 3개월마다 바꾸는 물건이잖아요. 환경단체 보고서를 보니 한 사람이 평생 쓰고 버리는 칫솔만 해도 약 300개가 넘는다고 해요. 그리고 그 플라스틱 칫솔은 분해되지 않고 지구 어딘가에 계속 남아있게 된대요.
제 선택 기준은 간단했어요.
- 제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인가요?
-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이 있나요?
-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은가요?
온라인 쇼핑몰을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결국 대나무 손잡이에 식물성 칫솔모를 사용한 제품을 골랐어요. 4개에 12,000원이었어요. 일반 칫솔보다 약간 비싸지만,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2️⃣ 수세미: 스펀지에서 천연 해초로
칫솔에 이어 두 번째로 바꾼 건 주방 수세미였어요. 그 노란 스펀지 수세미, 사실 미세플라스틱 덩어리라는 사실 아세요? 게다가 설거지할 때마다 조금씩 마모되어 하수구로 흘러간대요. 대안으로 천연 재료로 만든 해초 수세미를 선택했어요. 3개에 8,000원이었어요. 사실 이건 할머니 때부터 써왔던 전통 수세미로 돌아가는 느낌이었어요.
3️⃣ 면봉: 플라스틱에서 종이로
세 번째는 면봉이었어요. 플라스틱 막대 면봉 대신 종이 막대 면봉으로 바꿨어요. 이건 가격도 비슷하고 구하기도 쉬웠어요. 가장 간단한 변화였지만, 하루에 하나씩만 써도 일 년이면 365개예요. 작은 변화가 쌓이면 큰 차이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어요.
2. 써보니 어땠는가: 불편함과 적응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엔 불편했어요.
대나무 칫솔은 칫솔모가 일반 칫솔보다 뻣뻣했어요. 잇몸이 좀 따가웠고, 손잡이가 플라스틱처럼 매끄럽지 않았어요. 해초 수세미는 스펀지보다 물기가 잘 빠지지 않았고, 금방 삭는 느낌이었어요. 종이 면봉은 물에 닿으면 휘어지고 약해졌어요.
하지만 2주쯤 지나자 적응이 되기 시작했어요. 대나무 칫솔의 뻣뻣한 칫솔모가 오히려 치석 제거에 효과적이라는 걸 느꼈어요. 해초 수세미는 물기를 꼭 짜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니 오래 사용할 수 있었어요. 종이 면봉은 여전히 약했지만 용도에 맞게 사용하면 큰 문제가 없었어요.
가장 큰 변화는 버리는 순간에 왔어요. 다 쓴 대나무 칫솔은 칫솔모만 떼어내고 손잡이는 퇴비통에 넣었어요. 해초 수세미는 그냥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버렸어요. 종이 면봉은 화장지와 함께 일반 쓰레기로 버렸어요.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릴 때 느끼던 미묘한 죄책감이 사라졌어요.
3. 하나 바꿨을 뿐인데, 시선이 달라졌어요
신기한 건, 이렇게 단 몇 가지 물건을 바꿨을 뿐인데 제 소비 습관 전체가 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에요.
마트에 가면 이제 모든 물건을 다르게 보게 됐어요. 샴푸를 살 때도 이걸 다 쓰고 나면 이 용기는 어디로 갈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어요. 세제를 살 때도 리필 제품을 찾게 돼요. 채소를 살 때도 과도하게 포장된 것보다 낱개로 파는 것을 선호하게 됐어요.
제가 매일 사용하는 물건과 그것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사이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한 거예요. 그리고 그 연결고리를 본 순간부터, 소비자로서의 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하게 됐어요.
4. 바꾸는 건 어렵지만, 시작은 쉬워요
제로웨이스트라는 목표는 여전히 멀고 어렵게 느껴져요. 아직도 제 집에는 플라스틱 물건이 가득하고, 완벽하게 환경 친화적인 생활은 사실상 불가능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작은 것 하나라도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몇 개월 전의 저처럼 뭘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냥 하나만 바꿔보세요. 가장 많이 쓰는 것, 가장 바꾸기 쉬운 것,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 중에서 아무거나 하나만 골라서요.
그 하나의 변화가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또 다른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는 거창한 선언이나 완벽한 실천이 아니라, 이런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니까요.
칫솔 하나, 수세미 하나, 면봉 하나를 바꾸는 것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 거예요. 하지만 제 시선을 바꾸고, 제 소비 습관을 바꾸고,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버릴 때 찔리는 소비 대신 쓸 때 뿌듯한 소비를 하게 되는 기분은 생각보다 좋아요. 그 작은 뿌듯함이 다음 변화의 원동력이 돼요.
지금 여러분의 일상에서, 바꿀 수 있는 그 하나는 무엇인가요? 거창한 계획보다, 오늘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가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시작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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