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살기

그 많던 텀블러는 어디로 갔을까? 다시 꺼내야 할 이유

slowie 2025. 5. 3. 13:15

대나무 뚜껑과 빨대가 있는 유리 텀블러로, 네이비 블루 실리콘 슬리브가 둘러져 있습니다.

 

 

텀블러 하나 들고 카페에 가던 시절이 있었어요. 친환경 생활의 시작이라고 여겨지던 텀블러가 이제는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우리가 왜 텀블러를 구매하고도 사용하지 않게 되었는지, 또 어떻게 하면 좋은 습관으로 만들 수 있는지 함께 알아봐요.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하는 것은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우리 삶의 지속 가능한 작은 실천이 될 수 있어요.


1. 텀블러가 사라진 거리

 

한때 길거리나 카페에서 텀블러를 든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광경을 찾아보기 어려워졌어요. 텀블러 열풍이 한때 전국을 휩쓸었지만, 지금은 서랍 속에 잠든 텀블러가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실제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1%가 텀블러를 소유하고 있지만, 82%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어요. 사람들은 평균 6개의 텀블러를 가지고 있지만, 월평균 사용 횟수는 6.5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보급률은 높지만 실제 사용 빈도는 매우 낮은 셈이죠.

 

텀블러 사용이 줄어든 이유는 다양해요. 프랜차이즈 카페의 굿즈 마케팅으로 텀블러가 수집의 대상이 되면서, 실사용보다 진열과 소유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한몫했어요. 여러 개를 사둬도 실제로는 잘 쓰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저도 집에 텀블러가 세 개나 있는데, 대부분 선물로 받거나 이벤트로 얻은 것들이라 아직도 박스에 들어있는 것도 있어요.


2. 텀블러는 정말 친환경적일까

 

텀블러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환경 보호에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인다는 취지죠. 하지만 텀블러가 정말 친환경적인지는 사용 빈도에 달려 있어요.

 

텀블러는 생산 과정에서 일회용 컵보다 훨씬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해요. 스테인리스 텀블러의 경우 1000번 이상, 플라스틱이나 유리 텀블러도 수십 회 이상 사용해야 환경 보호 효과가 나타나요. 6~7개월 꾸준히 사용해야 일회용품 사용을 대체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해요. 여러 개를 수집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환경에 부담을 줄 수 있어요.

 

이런 사실을 알게 되니 집에 있는 텀블러들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해요. 환경을 위한다는 좋은 의도로 구매했지만, 실제로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니 오히려 역효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빨간색 꽃/잎 무늬가 있는 크림/베이지색 바탕의 장식적인 Stanley 브랜드 텀블러입니다. 손잡이와 빨대가 있으며 크기가 상당히 큽니다.
source: Stanley


3. 텀블러를 사용하지 않게 되는 현실적인 이유들

 

텀블러 사용이 줄어드는 데는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어요.

 

첫째, 관리가 번거로워요. 텀블러는 위생적으로 관리해야 하고, 세척이 번거롭다는 점에서 사용이 점차 줄어들었어요. 특히 뚜껑이나 패킹 부분은 세균 번식이 쉬워 주기적인 분리 세척이 필요해요. 관리가 귀찮거나, 세척이 어려운 제품은 자연스럽게 방치되기 쉬워요.

 

둘째, 휴대가 불편해요. 너무 크거나 무거운 텀블러는 들고 다니기 불편해 사용 빈도가 떨어져요. 가방 안에서 공간을 많이 차지하거나, 무게 때문에 어깨가 아픈 경험이 있으면 점점 사용을 꺼리게 되죠.

 

셋째, 음료 보관에 제한이 있어요. 음료를 오래 보관하면 세균이 번식하고 냄새가 배일 수 있어요. 특히 유제품이나 당 함량이 높은 음료는 더 주의해야 해요. 한번은 텀블러에 커피를 넣고 잊어버렸다가 일주일 후에 열었더니 악취가 나서 세척해도 냄새가 빠지지 않았던 경험이 있어요.

 

넷째, 세척 후 완전 건조가 어려워요. 젖은 상태로 뚜껑을 닫아 보관하면 세균 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완전히 건조시킬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처음에는 환경을 위해 열심히 텀블러를 사용했지만, 점점 귀찮음이 쌓이면서 사용 빈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 같아요.


4. 텀블러 사용을 습관으로 만드는 방법

 

그래도 텀블러는 꾸준히 사용하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고, 개인 건강과 경제적 이득도 있어요. 어떻게 하면 텀블러 사용을 지속 가능한 습관으로 만들 수 있을까요?

 

1️⃣ 작은 시작, 주 2회부터

무리한 목표보다는 주 2회 이상 텀블러 사용하기와 같은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보세요. 매주 2회 이상 텀블러를 들고 카페를 방문하거나, 사무실이나 학교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해보세요. 처음부터 매일 사용하겠다는 목표는 부담스러울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월요일과 목요일에만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로 정했는데, 이렇게 하니 부담 없이 습관을 들일 수 있었어요.

 

2️⃣ 적절한 크기와 디자인 선택하기

휴대하기 편한 350~500ml 용량의 텀블러가 일상에서 가장 실용적이에요. 너무 크거나 무거운 텀블러는 휴대가 불편해 사용 빈도가 떨어져요. 입구가 넓고 부품이 단순한 텀블러가 관리하기 쉽고, 자연스럽게 사용 빈도도 높아져요. 세척이 용이한 디자인을 고르면 관리가 한결 수월해져요.

 

3️⃣ 위생 관리 루틴 만들기

텀블러는 매일 사용 후 바로 세척하는 것이 좋아요. 특히 뚜껑과 고무 패킹은 세균 번식이 쉬운 부위이니 매주 한 번은 분리해 베이킹소다, 구연산, 전용 세제 등으로 꼼꼼히 세척하고 완전히 건조하세요.

 

베이킹소다는 미지근한 물에 한 스푼 넣고 1시간 정도 두었다가 헹구면 물때와 냄새 제거에 효과적이에요. 식초는 물과 9:1 비율로 섞어 30분 정도 두었다 헹구면 물때 제거 및 살균, 탈취 효과를 볼 수 있어요. 구연산은 커피나 차로 변색된 텀블러를 깨끗하게 해줘요.

 

4️⃣ 음료 보관 시간 줄이기

음료를 오래 보관하면 세균이 번식하고 냄새가 배일 수 있어요. 하루 안에 비우고 바로 세척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특히 유제품이나 당 함량이 높은 음료는 세균 번식이 빠르니 더 주의해야 해요.

 

5️⃣ 휴대 습관 만들기

집을 나설 때 가방에 텀블러가 잘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잊지 않고 사용할 수 있어요. 눈에 잘 띄는 곳에 두거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도움이 돼요. 정해진 시간마다 알람을 맞춰 물 마시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밝은 오렌지색 여행용 물병으로, 노랑, 흰색, 빨강 액센트가 있는 특별한 플립탑 뚜껑이 특징입니다. 물병 하단에 표시된 "owala" 브랜드로 보입니다.
source: owala


5. 텀블러 관리의 주의사항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려면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어요.

 

가정용 표백제 사용은 피하세요.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을 손상시키고 녹을 유발할 수 있어요.

 

플라스틱 텀블러는 철 수세미 사용을 피하세요. 긁힌 틈으로 세균이 번식할 수 있어요.

 

뜨거운 물을 넣고 흔들지 마세요. 내부 압력으로 인해 뚜껑이 튕겨 나가거나 폭발할 위험이 있어요.

 

텀블러를 물에 너무 오래 담가두지 마세요. 보온/보냉 기능이 저하될 수 있어요.

 

위생을 위해 텀블러는 2~3년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좋아요. 오래된 텀블러는 미세한 흠집이나 균열로 세균이 번식하기 쉬워요.


6. 두 개 이상의 텀블러 운용하기

 

한 개의 텀블러만 있으면 세척과 건조 시간 때문에 연속 사용이 어려울 수 있어요. 텀블러를 2개 이상 준비해 번갈아 사용하면 건조와 위생 관리에 도움이 돼요. 한 개는 집에서, 한 개는 직장에 두는 식으로 장소별로 비치해두면 더 자주 사용하게 될 거에요.


7. 텀블러 할인 혜택 활용하기

 

카페나 편의점에서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어요. 경제적 이득도 챙기면서 친환경 실천도 할 수 있어요. 요즘은 많은 카페에서 다회용기 사용 시 할인을 해주니 이런 혜택을 잘 활용해보세요.

 

초록색 바탕에 두 개의 미니멀한 크림/베이지색 텀블러가 있습니다. 각 텀블러에는 간단한 로고가 있고, 뒤쪽 배경에는 야자수 잎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친환경 텀블러. 출처: 연합뉴스


8. 텀블러로 건강 관리하기

 

텀블러는 환경 보호뿐만 아니라 건강 관리에도 도움이 돼요. 매일 충분한 물을 마시는 것은 건강에 매우 중요하지만, 바쁜 일상에서 잊기 쉬워요. 텀블러를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면 수분 섭취가 자연스럽게 늘어나요.

 

또한 텀블러를 사용하면 음료의 온도를 오래 유지할 수 있어요. 커피나 차를 천천히 마시고 싶을 때 유용해요. 보온 텀블러는 추운 겨울에 따뜻한 음료를 오래 즐길 수 있고, 보냉 텀블러는 더운 여름에 시원한 음료를 유지해줘요.

 

직접 만든 건강한 음료를 담아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시중에 판매되는 음료는 당분과 칼로리가 높은 경우가 많지만, 텀블러에 직접 만든 차나 과일물을 담아 다니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이득이에요.


9. 환경 보호와 텀블러의 실질적 효과

 

텀블러 사용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회용 컵 하나를 사용하지 않을 때마다 약 10g의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어요. 종이컵 한 개 생산에 약 20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 플라스틱 뚜껑 생산에도 탄소가 배출돼요.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하면 이런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또한 종이컵 생산을 위해 매년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벌목되고 있어요. 텀블러 사용은 이런 산림 파괴를 줄이는 데 기여해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면 쓰레기 매립지로 가는 폐기물도 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텀블러 자체의 생산도 환경에 부담을 주므로, 텀블러는 오래 사용해야 진정한 환경 보호 효과가 있어요. 텀블러를 구매할 때는 내구성이 좋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10. 텀블러 문화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

 

텀블러 사용은 개인의 환경 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해요. 초기에는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퍼졌지만, 점차 대중화되면서 일상 속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텀블러가 패션 아이템이나 수집품으로 변모하는 경향이 있어요. 디자인과 브랜드에 초점을 맞춘 소비가 증가하면서 텀블러의 본래 목적인 환경 보호보다는 소유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이런 소비 패턴은 환경 보호라는 본래의 취지와 괴리가 있어요. 진정한 환경 보호를 위해서는 새로운 텀블러를 계속 구매하기보다 이미 가지고 있는 텀블러를 오래 사용하는 것이 중요해요.


11. 텀블러 선택 시 중요한 기준

 

적합한 텀블러를 선택하는 것도 지속적인 사용을 위해 중요해요. 몇 가지 기준을 고려해 보세요.

 

내구성은 기본이에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견고한 제품을 선택하세요. 유리나 스테인리스 스틸과 같은 재질은 내구성이 좋지만, 무게가 있어요. 가볍게 들고 다니고 싶다면 내구성 있는 플라스틱 재질을 고려해볼 수 있어요.

 

밀폐성은 특히 가방에 넣고 다닐 때 중요해요. 뚜껑이 완전히 밀봉되는지 확인하세요. 누수가 있으면 가방 안의 물건이 젖을 수 있어요.

 

세척 용이성도 중요한 기준이에요. 입구가 넓고 분리 가능한 부품이 적을수록 세척이 쉬워요. 일부 텀블러는 식기세척기 사용이 가능한 것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TUCHE" 브랜드의 네 가지 파스텔 색상(핑크, 보라, 베이지, 하늘색) 금속 텀블러들이 일렬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모두 동일한 로고가 있으며, 흰색 배경에 초록색 식물 가지와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친환경 텀블러. 출처: 기프트인포


12. 텀블러, 작은 실천의 의미

 

텀블러는 한때 필수템이었지만, 지금은 잘 쓰는 사람만 쓰는 아이템이 되었어요. 하지만 환경을 위한 작은 실천의 의미는 여전히 중요해요.

 

텀블러 하나로 지구를 구할 수는 없지만, 텀블러 하나를 꾸준히 쓰는 습관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시작점이 될 수 있어요. 환경 보호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오래 쓰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서랍 속 텀블러를 꺼내어 오늘부터 다시 한 번 실천해보면 어떨까요?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거에요. 오늘 저녁, 집에 돌아가면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텀블러를 찾아보려고 해요. 아마 그동안 잊고 있었던 예쁜 텀블러들이 새로운 활력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