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없기

채식 3개월 후 실패한 이유와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

slowie 2025. 5. 16. 14:42

왜 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채식을 시작하는 이유와 비슷해요. 갑자기 건강검진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왔어요.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보다 높다는 소견을 받았고 의사는 식습관 개선을 강력히 권했죠. 평소 고기를 정말 좋아해서 거의 매일 먹었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채식에 도전하기로 결심했어요.

 

우연히 그때 동물 권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는데 공장식 축산의 현실이 충격적이었어요. 매일 먹던 고기가 이런 과정을 통해 내 식탁에 오른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건강과 윤리적인 이유가 겹쳐 채식을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는 한 달만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도전 정신으로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면서 좀 더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채식을 시작하고 몸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채식 시작 2주 차부터 몸이 확실히 가벼워졌어요. 아침에 일어날 때 전에는 늘 무거웠는데 상쾌하게 깨는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무엇보다 점심 식사 후에 늘 찾아오던 졸음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큰 변화였죠. 오후 시간이 훨씬 생산적으로 바뀌었어요.

 

한 달쯤 됐을 때 체중계에 올라섰더니 2kg이 빠져있더라고요. 억지로 다이어트를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체중이 줄어든 게 신기했어요. 옷맵시가 달라지니 기분도 좋았고요.

 

피부도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입과 턱 주변에 늘 생기던 여드름이 거의 사라졌고 피부톤도 맑아졌어요. 회사 동료가 요즘 피부 관리 뭐 하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요. 채식과 피부의 연관성을 직접 체감하게 된 순간이었어요.

 

왜 3개월 만에 채식을 포기하게 되었나요?

 

갑자기 찾아온 심한 피로감과 빈혈 증상

 

채식 시작 두 달쯤 지났을 때부터 이상한 피로감이 찾아왔어요. 처음에는 일시적인 거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심해졌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계단 몇 개만 올라도 숨이 차고 집중력도 떨어졌어요.

 

병원에 가보니 철분 수치가 많이 낮아졌다고 하더라고요. 고기에서 얻던 철분이 채식으로는 충분히 보충되지 않았던 거죠. 의사 선생님은 식물성 철분은 흡수율이 동물성보다 훨씬 낮아서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셨어요. 그때서야 영양 문제에 대해 제가 얼마나 무지한 지를 깨달았어요.

 

또 단백질도 부족했어요. 두부나 콩을 먹긴 했지만 양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손톱이 약해지고 머리카락도 더 많이 빠지기 시작했죠. 영양소 균형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실패 원인이었어요.

 

둥근 세라믹 그릇에 담긴 다양한 채식 식재료가 보이는 사진입니다. 그릇 안에는 반으로 자른 아보카도(씨앗 포함), 시금치 잎, 노란 호박이나 고구마 조각, 브로콜리, 병아리콩, 그리고 버섯 슬라이스가 정갈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릇 주변에도 시금치 잎과 브로콜리, 버섯 조각이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신선하고 영양가 높은 채식 식단의 예시를 보여줍니다.

 

사회적 상황에서의 어려움

 

직장 생활하면서 채식을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정말 힘들었어요. 중요한 회식 자리에서 저는 채식 중이에요라고 말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졌고 상사는 암묵적인 압박을 주기도 했어요.

 

한번은 중요한 고객과의 식사 자리에서 채식을 고집하다가 까다로운 사람 이라는 인상을 줄까 봐 결국 고기를 먹었던 적이 있어요. 그 후로는 회식 때마다 내적 갈등이 심해졌고, 점점 예외를 두는 상황이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가족 모임도 큰 시험대였어요. 엄마는 제가 채식한다니까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살이 빠지면 어쩌려고 그래, 영양실조 되면 어떡할래 같은 말씀을 자주 하셨어요. 명절에 집에 갔을 때 어머니가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거절할 수 없어서 결국 고기를 먹게 되었고, 그렇게 원칙이 하나둘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습관의 강력한 힘

 

사실 가장 큰 어려움은 30년 넘게 먹어온 음식에 대한 습관과 고기에 대한 그리움이였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면 어김없이 치킨이나 삼겹살이 생각났고 친구들과 만나서 놀 때는 자연스럽게 고기 위주의 메뉴가 당겼죠.

 

주말마다 친구들과 만나면 항상 고민이었어요. 다들 고기집에 가자고 하면 다른 데 가자 고 할 수도 없고 같이 가서 샐러드만 먹자니 너무 어색했어요. 결국 오늘만 예외로 하자 는 생각이 자꾸 들었죠. 문제는 그 오늘 이 점점 많아졌다는 거고요.

 

세 달째 되던 날, 친구 생일 파티에서 치킨을 시켰는데 참지 못하고 결국 먹었어요.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결국 채식은 자연스럽게 무너졌고요.

 

어떻게 다시 채식에 도전하게 되었나요?

 

건강 악화의 경고

 

채식을 포기하고 1년쯤 지났을 때 다시 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결과가 충격적이었어요. 콜레스테롤 수치가 처음보다 더 높아졌고 체중도 5kg 이상 증가했어요. 의사는 이대로 가다간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질 거라며 경고했죠.

 

매일 아침 일어날 때마다 몸이 무겁고 자주 피곤했어요. 예전에 채식할 때 느꼈던 상쾌함이 그리워졌고 건강을 위해 다시 시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 나은 준비와 지식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어요. 채식주의자인 큰이모에게 영양에 관해 조언을 구하고, 채식 관련 책과 잡지도 여러 권 읽었어요. 철분, 단백질, 비타민 B12 등 채식할 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를 어떻게 보충할지 계획을 세웠어요.

 

철분 흡수를 높이기 위해 비타민 C가 풍부한 음식을 함께 먹는 방법, 식물성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조합하는 법도 배웠고요. 필요한 영양제도 준비했고요. 이렇게 제대로 된 지식을 갖추니 자신감이 생겼어요.

 

단계적 접근법 채택

 

두 번째 도전에서는 접근법을 완전히 바꿨어요. 처음부터 완벽한 비건을 목표하지 않고 먼저 주 3일만 채식하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점차 채식 날을 늘려나가는 방식이었죠.

 

또 완전한 비건이 아닌 페스코베지테리언으로 시작했어요. 생선이나 해산물을 통해 단백질과 오메가3를 보충하니 첫 번째 시도 때 겪었던 극심한 피로는 나타나지 않았어요.

 

어떻게 채식을 지속할 수 있었나요?

 

요리 실력 향상

 

다양한 채식 요리를 직접 만들어 보는 데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유튜브로 채식 요리 채널을 구독하고, 주말마다 새로운 레시피를 시도했죠.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지만, 점점 맛있는 채식 요리를 만들 수 있게 되었어요.

 

두부로 만든 스크램블, 렌틸콩으로 만든 스파게티 미트소스, 카슈넛 크림 파스타처럼 고기 없이도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요리하는 즐거움도 생겼고요.

 

사회적 상황 대처법 개발

 

회식 자리에서는 미리 채식 메뉴가 있는 식당을 조사해 제안하는 방법을 택했어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반응하더라고요. 또 불가피한 경우에는 미리 간단히 식사를 하고 가서 음료만 마시거나, 채식 가능한 반찬만 조금 먹는 방식으로 대처했어요.

 

가족들에게는 건강검진 결과를 보여주며 진지하게 설명했더니 이해해주시더라고요. 지금은 오히려 엄마가 채식 반찬을 연구하셔서 제가 본가에 갈 때마다 새로운 메뉴를 준비해주세요.

 

커뮤니티와 연결

 

온라인 채식 커뮤니티에 가입한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실질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었죠. 한 달에 한 번씩 오프라인 모임에도 참석해 봤는데 그곳에서 만난 분들과 지금은 소중한 친구가 되었어요.

 

이런 커뮤니티를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으니 의지력도 더 강해졌고, 채식을 지속하는 데 큰 힘이 되었고요.

 

흰색 그릇에 담긴 구운 채소 중심의 채식 식단 사진입니다. 나무 도마 위에 놓인 그릇에는 얇게 슬라이스된 아보카도, 구운 당근, 구운 방울토마토,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병아리콩, 구운 그린빈이 아름답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그릇 옆에는 아스파라거스 줄기와 파슬리가 장식으로 놓여 있습니다. 구운 채소들의 풍부한 색감과 다양한 질감이 어우러진 영양 균형이 좋은 채식 식사 예시입니다.

 

지금의 나는?

 

채식을 다시 시작한 지 이제 1년 정도 됐어요. 완벽한 비건은 아니지만 주 5일은 채식을 하고 주말에는 조금 융통성 있게 식사를 해요. 건강검진 결과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 상태도 정말 좋아졌어요.

 

첫 번째 시도에서의 실패가 오히려 더 현명한 채식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완벽함보다는 지속 가능한 방식을 추구하고 내 몸과 마음의 균형을 맞춰가며 나만의 속도로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채식의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